D조, 코스타리카 1 - 0 이탈리아
(루이스 1골)
부상 소식이 들렸던 데로씨와 바르잘리가 선발로 나왔고 부폰, 아바테, 모따도 선발로 복귀.
하지만...
우루과이 전을 통해 날선 공격력을 보여준 코스타리카의 역습을 대비했는지, 상당히 조심스러운 운영을 하던 이탈리아.
하지만 발로텔리가 1:1 찬스를 두어번 날려먹더니, 결국 전반 말미 키엘리니가 정신줄을 놓으며 선제골을 내주고 만다.
그 이전에도 이미 키엘리니가 정신줄을 놓으며 맞은 위기사항을 심판 덕에 넘어갔는데, 결국 민폐를 끼치고 마는 키엘리니.
문제는 정신줄 놓은 것이 키엘리니 뿐만이 아니라는 것.
모따, 데로씨, 칸드레바, 아바테 등등 대부분이 컨디션이 안올라왔는지 최악의 폼을 보여줬다.
거기에 5백으로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치고 있는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답답한 발로텔리 원톱 전술을 그대로 들고 나오는 등,
프란델리 감독의 선택이 잘못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전반전이었다.
날카롭게 날라온 크로스를 골로 연결한 주장 루이스.
후반전엔 모따를 빼고 카싸노를 투입하며 조금 더 공격적으로 변화를 준 프란델리.
하지만 전반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선수들이 전혀 뛰질 못하며 계속 어렵게 경기를 끌고갔다.
결국 후반 10분만에 칸드레바를 빼고 인시녜를 투입하며 승부를 건 프란델리.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코스타리카의 압박에 전혀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특히 피를로를 제외한 미드필더들이 마치 좀비처럼 걸어만 다니고 있었기에 공수 양면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 연출.
결국 후반 25분 경, 마지막 승부수로 체르치를 투입한 프란델리.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전반부터 뛰던 선수들이 시간이 갈수록 아예 뛰지를 못하게 되던 가운데,
교체로 들어온 카싸노는 탐욕 민폐, 인시녜는 클로킹, 체르치는 라인을 내린 코스타리카에게 완벽 차단을 당하는 등
모든 승부카드가 실패로 끝났다.
멤버 전원이 경기 시작부터 기력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던 이탈리아.
마찬가지로 최악의 졸전을 펼쳤던 2010 월드컵 뉴질랜드와의 경기가 오버랩 될 정도.
그나마 그때와 다른 것은 부폰이 나와 홀로 제몫을 해줬다는 것 정도.
이탈리아의 조별 예선 2차전 징크스는 이번 대회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유를 보자면, 잔부상을 당한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에 현지 기후 적응 및 낮 시간 경기 적응 실패가 겹쳤기 때문일텐데,
어쩔 수 있으랴. 이것도 실력인 것을.
보통 이런 상황에서 치루는 경기는 선제골이 특히 중요한데, 전반전 발로텔리가 놓친 두번의 찬스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루카 토니 또는 쥐세페 로씨 등을 데려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덕분에 16강 진출을 위해 우루과이와 단두대 매치를 벌여야 하는 상황.
무승부만 거두어도 득실로 이탈리아가 올라가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현지 적응 면에서 유리한 우루과이이기에 낙관할 수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수아레즈까지 가세하여 기세가 완전 오르지 않았던가.
그 1:1 찬스만 넣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발로텔리.
코스타리카는 역시 강력한 압박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압살. 옾사이드를 10개 이상 이끌어낸 수비라인의 조직력도 대단했다.
이번 대회 가장 큰 파란을 일으키며 조1위로 16강 진출이 유력시 되게 되었다.
덕분에 잉글랜드는 탈락 확정.
결국 D조는 3강 1약이 아닌, 1강 3약으로 판명.
발로텔리는 또한 경기 전 트위터를 통해 설레발을 쳤다.
역시 설레발은 필패다.
한편 이탈리아-코스타리카 경기 해설을 맡은 게리 리네커(잉글랜드 레전드 공격수)는
잉글랜드의 희미한 가능성을 위해 이탈리아를 응원, 아주리 셔츠를 입고 나왔다고.
ㅋㅋㅋㅋㅋㅋ
여담으로,
이번 월드컵 중계는 주로 SBS를 통해 보지만 한준희, 박찬하 등이 나오는 경우에는 KBS로 시청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SBS나 KBS 한준희 중계가 없던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안정환&송종국의 MBC로 봤는데,
가끔씩 너무 하다 싶을 정도의 멘트를 치더라.
안정환이 페루자 시절 고초를 겪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정도로 편견이 가득한 해설을 할 줄은 몰랐다.
오죽하면 김성주가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며 말렸겠는가.
아마 MBC답게 시청률을 의식하여 일부러 그러라 시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안정환은 페루자에서 2시즌을 뛰며 5골을 기록했다(리그 30경기 출장, 코파 3경기 출장).
당시 미친 구단주(가우치, 이탈리아 내에서도 극또라이로 유명)를 비롯한 일부 극우 또라이들 덕분에
이런저런 고초를 겪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및 세리에 리그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TV중계를 통해 나쁜 경험에 기인한 개인의 의견을 마치 사실인양 단정지어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KBS의 이영표 해설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차라리 그쪽으로 볼 것을 그랬다.
하지만 예전 로마 이적 사건 때문에 이영표는 웬지 꺼려져서.
왜 꺼리느냐
개인적으로 사전 준비를 부실히 한 채, 경험에만 의존해 해설하는 일부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한준희, 박찬하, 장지현 같은 전문 해설위원과 선수 출신들이 조를 이루어 같이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E조, 스위스 2 - 5 프랑스
(지루 1골, 마튀이디 1골, 발부에나 1골, 벤제마 1골, 시소코 1골, 제마일리 1골, 자카 1골)
팀 컬러를 확 바꾼 스위스와 조직력을 강화한 프랑스의 대결인지라, 무척 기대하며 봤더랬다.
하지만 이건 웬걸.
전반 초반에 지루의 발에 얼굴을 맞고 그대로 스위스의 주전 센터백 폰 베르겐이 아웃당하고
센데로스가 교체로 들어올 때 부터 '스위스 뭔가 꼬이겠네' 싶었는데, 여지 없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지루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스위스는 경기를 재개하는 킥오프 패스를 미스,
그대로 벤제마에게 연결되었고 벤제마는 쇄도하는 마튀이디에게 적절히 어시스트를 내주며 순식간에 두골 차이가 되었다.
이에 멘붕한 스위스는 라인을 올리고 닥공.
하지만 프랑스는 여유로운 역습을 통해 기회를 만들며 결국 PK를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벤제마가 찬 PK를 스위스 골키퍼 베날리오가 선방하며 스위스가 분위기를 추스리나 싶었는데...
다시 한번 역습을 맞으며 발부에나가 추가골을 작렬, 사실 상 경기를 결정지었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 센터백을 아웃시키고(물론 고의는 아니었다)
골과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며 대활약을 한 지루.
후반전, 스위스는 계속 공격 일변도로 달렸지만 프랑스는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교체로 들어온 포그바의 그림 같은 아웃프론트 패스를 벤제마가 골로 연결.
거기에 시소코까지 추가로 한골을 더 넣으며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골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나마 스위스는 투지를 계속 보이며 후반 막판에 제마일리의 프리킥 골, 그리고 자카가 멋진 발리슛을 작렬,
두골을 따라잡았지만, 따라잡기엔 너무 늦었다.
마지막 종료 휘슬이 불리는 순간 벤제마가 추가골을 넣었지만 무효 처리.
프랑스산 호나우두, 벤제마가 1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
2010 대회에서 팀 내분으로 콩가루 모습을 보여주며 이탈리아와 함께 대회 최악의 팀으로 꼽혔던 프랑스는
데샹 감독의 지휘 하에 예전 위용을 회복한 모습. 리베리가 없으니 오히려 팀 자체가 더욱 살아난 느낌이랄까.
벤제마는 프랑스산 호나우두라는 별명이 허명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포그바, 마튀이디, 발부에나 등 다른 멤버들도 맹활약.
이번 대회에서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가장 강한 팀이 아닌가 싶을 정도.
센데로스 들어올때 부터 어째 싸하다 했다.
그래도 끝까지 경기에 집중하며 골득실 차이를 줄인 스위스.
스위스는 이번 대회 들어 특유의 골을 먹지도 넣지도 않는 팀 컬러를 버리고
베라미, 인러, 샤키리 등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속공을 주무기로 내세웠지만,
이번 경기에선 초반부터 불운하게 시작, 결국 완전히 프랑스에 말려버려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2006년부터 월드컵 본선 8경기 동안 단 2실점만 한 팀이 한 경기에 5골을 내주다니 믿을 수가 없을 정도.
(내 기억이 맞다면 2006년 월드컵에선 16강까지 4경기 무실점 후 탈락하는 기록을 세웠었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가 이번 대회 최약체 중 하나로 꼽히는 온두라스인 만큼, 여전히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
혹시나 에콰도르가 프랑스를 잡을 경우를 대비해, 온두라스를 최대한 큰 점수 차이로 이겨야 할 것 이다.
E조, 온두라스 1 - 2 에콰도르
(코스틀리 1골, 에네르 발렌시아 2골)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 두 팀의 대결이어서 별 기대는 안했는데,
탈락 위기의 팀들답게 빡세게 뛰더라.
서로 공방을 주고 받다가 에콰도르 수비진의 실수를 온두라스의 코스틀리가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
하지만 에콰도르 역시 발렌시아(맨유 애 말고)의 좋은 위치 선정으로 이내 따라 붙게 되었다.
후반도 서로 투닥투닥. 에콰도르 쪽이 좀더 기회를 잘 가져가는 모양새였는데,
결국 세트피스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발렌시아(맨유 애 말고)가 헤더로 역전골에 성공.
2골을 넣으며 팀의 첫승을 이끈 에네르 발렌시아(맨유 발렌시아와는 다른 선수다. 멕시코 파추카 소속).
온두라스는 빡세게 뛰었지만, 결국 성과를 얻진 못했다. 그래도 아직 탈락 확정은 아니고 미약하나마 가능성은 남은 상태.
스위스를 두골 차이로 이기고 에콰도르가 프랑스에게 지길 기도해야 할 듯.
에콰도르는 프랑스를 이기면 웬만해선 16강 진출. 하지만 현재 프랑스 폼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전력으로 프랑스를 상대하고 온두라스-스위스전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